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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15 From :
글쓴날 : 2002-01-05 02:12:56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814
제목: 일반의약품 비급여 확대 즉각 철회하고, 의약품에 대한 보장성을 확대하라!

정부의 2001년 10월 5일 재정안정추가대책에 부쳐

일반의약품 비급여 확대 즉각 철회하고, 의약품에 대한 보장성을 확대하라!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공공의약팀

“노동자-민중이 니 시다바리가?”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5일 수가 통합과 일반의약품 1,400개 품목의 비급여전환을
골자로 하는 건강보험 재정안정추가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연간 4,256억원의
재정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것이 정부의 추계이다.(보건복지부,
건강보험재정안정 추가계획 (안) 2001년 10월 5일) 
주목할 것은 이 4,256 억원의 거의 전부가 정부의 부담부분을 환자가 부담하는 부분으로
바꿔치기 함으로써 충당되는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점이다. 특히 만성질환자의
필수적인 의료이용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이는 보험급여일수 365일 제한을 통한
2,286억원, 일반의약품 비급여 확대를 중심(1,623억원, 전체 약품비 절감액의 93%)으로
하는 약품비 절감을 통한 1,751억원의 절감분이 전체의 95%에 달한다는 점에서
보건복지부의 이번 재정안정대책이 정확히 무엇을 노리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보장성이라도 높으면 지출이 많기 때문이라 이해라도 할 터인데, 잘 보아주어야 의료비
보조금에 불과한 건강보험을 그나마도 파탄까지 내놓고, 머리조아려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그 책임을 노동자-민중에게 돌리더니 이번에는 병원 출입을 막고 1,400개에 달하는
일반의약품에 대한 경제적 부담까지 노동자-민중에게 돌림으로써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환자야 죽던말던 재정만 보호하자?
얼마 전까지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던 글리벡 이야기를 해야겠다. 노바티스 한 알 당
25,000원, 정부 11,000원으로 시작된 이 협상은 정부 요구가격이 17,000원, 18,000원으로
슬금슬금 올라가더니 얼마 전 노바티스가 30%를 무상공급하는 경우 25,000원을 다
주겠다고 정부가 발표했고, 기다리기만 하면 가격이 알아서 올라가준다는 것을 깨달은
노바티스는 너무나 예측가능하게도 30% 무상공급 요구를 거부했다. 
협상에 있어서의 무능함보다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정부의 보험적용범위 축소결정이다.
25,000원을 다 주는 경우 보험재정이 위태로와질 것을 걱정한 정부는
만성기■가속기■급성기로 진행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단계 중 만성기에 있는 환자를
보험급여범위에서 제외했다. 정부의 무능함에 의한 손실을 노동자-민중에게 떠넘긴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만성기 환자는 병이 악화되어서 가속기로 갈 때까지 약을 못먹는
것이고, 가속기나 급성기에서 투약으로 질병이 호전되면 다시 한 달에 600만원을 다 내고
약을 먹어야 한다. 보건행정이라면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데 질병이 악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제적 동기를 부여하는 행정을 과연 보건행정이라 불러야 할지
고민스럽다.
또 하나의 조삼모사: 참조가격제
이번 재정안정화대책은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재정안정화대책의 정확한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건강보험재정파탄 파동 후 정부가 의약품 재정에 대해
내놓은 가장 핵심적인 안은 참조가격제인데, 가격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고 보험재정절감액만큼 환자의 부담만 늘어나는
조삼모사의 또다른 전형적인 예이다. 
실지로 9월 27일 복지부 국감자료에서는 다빈도 해열진통 소염제 104품목의 경우 환자
부담금이 연간 청구액 1,325억원의 20%인 265억원에서 513억원으로 2배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4개 의약품 중 참조가격이하로 분류된 90개 품목의 연
환자부담액이 135억원인데 반해, 참조가격이상 품목인 14개 의약품의 환자부담액은
378억원으로 고가의약품 처방으로 인한 본인부담이 극대화 될 것으로 추정됐다. (2001년
9월 28일자 데일리팜)
참조가격제는 말그대로 참고가 될 가격을 정하고 이에 따라 보험재정에서 그만큼만을
상환해주고 약값의 초과분은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인데, 문제는 이 가격에 대한
정책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참고가 될 가격 자체가 제멋대로 결정돼 있기
때문에 이 가격이 제대로 설정되도록 하는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실지로 우리나라에는 특허권자의 오리지널약보다 특허가 만료된 후에 복제해서
만든 일반약이 더 비싼 경우까지 존재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가 고가약을 처방하는
경우 왜 환자가 본인부담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이 귀찮아서
고가약 처방이 감소될 것이라는 것인데, 아마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싶다. 정말로 정부가 이런 효과를 노렸으면 약값 초과분을 최소한 의사나
약사에게 부담하도록 했어야 할 것이다.
이윤을 낮춰라!
정부가 보험재정안정화를 위해 노려야 할 곳은 따로 있다. 가장 극적인 예가 최근에
있었다. 8월 11일날 브라질 정부가 강제실시를 발표했던 비라셉트의 경우가 그것이다.
브라질 정부가 AIDS 약물 모두를 무상공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즉 이러한 높은
보장성 때문에 이에 소요되는 총 재정의 규모가 매우 클 것임에도 불구하고 비라셉트
약값 하나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전체 재정의 28%에 이르렀던 것이다. 비라셉트의
약값은 브라질에서 장기이식을 받는 전체 환자에게 들어가는 재정보다 많다. 브라질
정부의 강제실시 시도 이후 생산자인 로슈는 비라셉트의 약값을 추가적으로 40%
내렸으며, 이 최종가격은 미국 시장가의 30%(즉, 70%가 더 싼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로슈는 이런 가격으로는 타산이 맞지 않게 되자 브라질에 공장을 짓겠다고 했다.
약값의 문제는 브라질만의 것이 아니다. 지난 2000년 3/4분기 건강보험진료비 중 3위를
차지한 탁솔(성분명 파크리탁셀, 생산자 한국비엠에스)은 5 mL(30 mg)짜리 한 병의
보험고시가격이 무려 21만9천7백80원이다. 인도의 한 제약회사가 이 약을 일반약으로
생산하고 있다. 1 mg에 단돈 7센트, 우리 돈으로 약 91원이다. 계산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시판되고 있는 탁솔 가격의 1/81이다. 이것에 나타내는 의미는 명확하다. (인도의 한
회사가 이 가격으로 생산하고 있으므로) 이윤이 보장되는 최저 생산가가 1, 나머지 80은
말그대로의 ‘독점이윤’인 것이다. 탁솔은 항암제이므로 몇 방울에 22만원이나 하는
가격을 부담하지 못하는 환자는 죽을 수밖에 없다. 만약 인도에서 파크리탁셀 일반약을
수입해온다면 지금의 재정만으로도 현재 급여받고 있는 환자에게 100% 무상공급을 하고
(현재 입원환자 50%) 그 급여범위를 80배로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장성을 확대하라!
이 즈음에서 글리벡과 동일한 사실이 하나 밝혀져야겠다. 미국 FDA에서 공인받은 탁솔의
적응증은 유방암, 난소암, 카포시육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난소암 중에서도 전이된
난소암에만 적용이 된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 탁솔의 특허기간은 몇 년 전에 이미
끝났다. 그럼에도 일반약이 아니라 오리지널인 탁솔을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유는 국내 제약회사에 의해 생산되는 일반약 가격이 오리지널약과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회사의 가격조차도 통제 못하는 정부에게 글리벡 협상을 잘 하라고
했던 건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을까 걱정이 될 지경이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보건복지재정을 축소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신자유주의
정부에게 보험재정을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재정은 질병의 예방과 치료, 건강의 증진을 위해 쓰여지라고 만들어놓은 것이지
제약회사나 기타 의료자본의 이윤을 보장해주라고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정부가 그토록 부르짖는 보장성은 의료부문을 시장으로 인식하고 이 곳에서 이윤을
창출하려는 제약 및 의료자본을 근본적으로 통제하지 않고서는, 의료의 시장화 자체를
저지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서구
여러나라의 약제비 절감 정책이 어느 하나 실효성이 없었으나, 브라질의 국영 제약회사를
통한 에이즈 치료약 생산과 무상공급 프로그램은 에이즈 치료에 필요한 전체 비용을
‘수억 달러’ 감소시키고 에이즈에 의한 신규감염율과 치사율을 50% 이상 감소시켰다는
극명한 대비는 이를 웅변해주는 중요한 예이다.
급여축소는 보장성 확대나 과잉투약 방지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다.
보건복지부는 “일반의약품을 급여에서 제외하고, 그에 따른 여유 재원을 중질환
환자에게 활용할 수 있게 돼 궁극적으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더욱 충실히 할 수
있다”(2001년 10월 7일자 데일리팜)는 식의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첫째로는 여유
재원을 중질환 환자에게 활용할 계획이 전무하고, 두 번째로는 본질적인 민간성을 그냥
두는 이상 사적 의료는 끝없이 수요를 창출해나가기 때문이다. 10월 5일날 발표한
정부자료에서 스스로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의약분업 이후 고가약 처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질환 부분은 민간보험도입 운운이 우스울 정도로 이미
민간건강보험상품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 민간보험재정이 건강보험재정의 반에 육박할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가약, 일반의약품 등에 대한 부담을 환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그나마 반쪽짜리인 보장성을 계속해서 축소해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전국민의
30%가 의료보험이 없고, 따라서 하루에 150만원에 달하는 입원비, 감기 한번에 5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부담할 수 없어서 환자들이 죽어가는 미국의 상황을 강건너 불보듯 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또한 “일반의약품의 비급여 확대로 불필요한 처방이 억제돼 과잉투약을 방지할 수
있다”(2001년 10월 5일자 같은 기사)는 것도 ‘바램’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의약품이
비급여가 되면 의사가 처방을 안 한다는 법이라도 있는가? 비급여 확대가 처방 억제와
도대체 어떤 논리적 연관성이 있는 지를 필자는 도무지 모르겠다. 다만 유추할 수 있는
바는 참조가격제 시행이 고가약 처방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순진한’ 바램을 이번에도
반복한 것이 아닐까하는 정도이다.
일반의약품 비급여확대를 즉각 철회하라!
어떠한 수사로 치장하건 간에 이번에 발표된 재정안정화 방안과 일반의약품 비급여
확대는 정확히 4,256억원 + α의 재정부담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시키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건강보험 재정위기 상황을 건강보험의 그나마 약한 보장성을 더욱
약화시키고 정부의 노동자-민중의 건강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김대중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일반의약품이 경미한 질환에 쓰이기 때문에 급여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 따라서 이들
일반의약품은 비필수적인 의약품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도 우리는 동의할 수 없지만 (예를
들어 변비약이나 설사약, 위장기능항진제, 피부병에 바르는 스테로이드 연고나 특히 피가
굳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복용하는 아스피린 등이 정말 비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들을 급여에서 제외한다고 해도 정부가 목적하는 바들 중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아도 파탄에 이르러 있는 이땅 노동자-민중의
부담만이 증대될 것이며, 건강보험의 보장성만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이번 일반의약품 비급여 확대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부족분을 노동자-민중의 호주머니에서 갈취할 생각을 하지 말고
세계 최저 수준인 기업 부담분을 늘리고 현재 20%대에서 머물고 있는 정부 지원 50%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메꿔나갈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의료비를 위해 만들어진
재정은 의료비를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의료비가 아닌 제약 및 의료
자본의 이윤으로 지출되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 진정한 재정안정화 방안임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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