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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14 From :
글쓴날 : 2002-01-05 02:11:56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371
제목: 필수의약품 무상공급하고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 철폐하라!

(국민행동 팩스신문 [세계화와 민중] 제5호)

   필수의약품 무상공급하고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 철폐하라!
         
    정혜주(민의련 공공의약팀,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 정책위원)


글리벡 사태: 약값을 내려라?
최근 우리나라는 작년의 의약분업과 관련된 진통에 이어, 글리벡이라는 약물 때문에
시끄러웠다. 외형적으로 이 논쟁은 한 알에 25,647원은 받아야겠다는 노바티스의
'탐욕(greed)?'과 한달에 150만원에서 225만원에 이르는 약값은 도저히 지불할 수 없는
환자들의 상황 사이에 일어난 갈등이었다. 한마디로, "약값을 내려라!"라는 것이
쟁점이었다는 점이다. 이 쟁점에 대해서 논의하기 전에, 필자는 이러한 상황이 남한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주목한다. 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는가?
왜 의약품의 가격이 문제가 되는가?
이것은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극도의 민간성과 겉멋에 불과한■그나마도
파탄났다는■건강보험에 기인한다. 보장성이 100%에 가까운 유럽이나 대만 등 다른
나라에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전체 의료비의 48%밖에 지불해주지 않는다.
보장성이 100%라면 무슨 약을 어떻게 먹든지 간에 '공짜'라는 뜻이다. 환자 수준에서
약값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평균적으로 1000원짜리 약을
먹으면 520원, 100만원짜리 수술을 받으면 52만원을 환자가 자기 주머니에서 내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백혈병이나 암과 같은 '비싼' 병이면 비싼 병일수록 거의 대부분의
치료비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런 질환들을 '생계파탄형 질환'이라고 부를 정도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이 그 이름에 합당한 보장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런
싸움은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부의 의료에 대한 무책임 때문에,
백혈병이라는 병마에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그 거대한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힘든
싸움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필수의약품에 대한 무상공급을 실현하라!
그런데, 글리벡이라는 약이 어떤 약인가? 글리벡은 알려진 것과 같은 '기적의 신약'은
아니지만, 기존의 항암치료가 어렵거나 실패한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 투여할 수 있는
유일한 약제이며 대부분이 주사제인 다른 약물과는 달리 경구용 제제로서 투약이
용이하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치료하지 않을 경우 수개월 내에
사망하고, 치료한다고 해도 반드시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건강의
유지와 증진을 넘어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이러한 의약품은 그 환자에게 있어서
음식이나 물과 같이, 혹은 그보다 더 필수적인 것이며, 따라서 어떤 경우라도 무제한적인
접근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약품을 '필수의약품'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인간의
목숨이 그 사람의 경제적/사회적 수준에 따라 차별받아서는 안되듯이, 그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필수의약품에 대한 접근이 그 사람의 경제적/사회적 수준에 따라 차별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약값이 지금 300만원이라면 150만원이면 되는가? 혹은 60만원이면
합당한가? 그런 것이 아니다. 필수의약품은 '무상'으로 공급되어야 하며, 이와 관련된
재정은 공적으로■예를 들면, 보험재정으로■ 조달되어야 한다. 생명은 '흥정'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쟁점: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
글리벡 사태를 둘러싼 다른 하나의 중요한 쟁점은■그 중요성만큼 인식되고 있지는
않지만■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이다. 노바티스가 한 알 당 25,647원이라는 가격을
고수하고 시장철수라는 엄포를 놓을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우리나라 내에서 이 약을
생산할 수 있는 다른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소한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이 WTO에 가입돼 있는 최빈국에까지 적용되는
2010년까지는 국가마다 다르게 적용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6년 이후 의약품에 대해
20년의 독점적 특허권을 부여하고 있고, 따라서 글리벡은 특허법 상 우리나라 내에서
다른 회사가 생산할 수 없다. 의약품에 대한 특허가 없는 다른 수많은(!) 나라에서,
특허권자가 아닌 다른 회사가 일반약을 생산할 때 약값은 최대
1/68(시프로플록사신(정균제)에 대한 국제가격)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바티스가 25,000원 이하에서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것이 시장성이 없다면 더낮은
가격으로 팔 수 있는 우리나라의 다른 회사에서 생산하면 될 일이다. 이것은 한정된
보험재원으로 더 많은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는, 알려진 것들 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도입된 '선진국 수준의 특허법' 때문에 이러한
생산이 불가능하다. 이것이 글리벡 사태를 낳게한 다른 하나의 필연성이다. 지적재산권에
의해서 특허권자인 초국적 제약자본은 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국가에 대해 압도적인
정치적 우위에 서게 된다.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서 의약품을 제외하라!
지난 6월 21일 유럽연합까지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서 의약품 부분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이제 전세계에서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에 찬성하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의약품을 살 돈이 없어서 죽어가는 '환자들'과 전체
산업에서 이윤율 1위를 자랑하는 '제약회사'의 극명한 대비는 의약품 지적재산권에 대해
회의를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병행수입, 강제실시, 자유로운 일반약 실시에 의해
하락하는 의약품 가격은 위에서 언급한 바, 놀라울 정도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사회적으로 개발되는 신약의 사적 소유를 가능하게 하고,
산술적으로는 최대 95%(항바이러스제인 조비락스의 경우)까지가 '공적'으로 조달되는
신약개발비용을 '사적'으로 전유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제공하며 사회적,
공공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건강이라는 가치를 이윤에 의해 통제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합의를 생산한다는 점이다. WTO의 비호를 받는 초국적 제약회사들과의 역관계와
지금까지의 국제적인 경험을 보았을 때, 우리의 전략은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 그
자체에서 의약품을 제외하려는 국제적 실천을 중심축으로 해야할 것이다.
통제되어야 할 것은 '이윤'이며 보호되어야 할 것은 '민중의 건강권'
우리는 민중의 건강권이 사적 이윤에 의해서 통제되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오히려
의약품에 의해 발생되는 이윤이 민중의 건강권이라는 가치에 의해서 사회적으로
통제되어야 하는 것이며, 의약품의 유통은 민주적 과정을 통해서 공공의 필요에 따라
사회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역방향의 정치는 의약품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주장하는 노동자-민중의 목소리 속에서 영글어갈 것이다.


필수의약품 목록을 제정하고 무상공급하라!
의약품에 관한 지적재산권을 철폐하라!
의약품에 대한 본인부담을 증가하려는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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