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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13 From :
글쓴날 : 2002-01-05 02:10:30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175
제목: 의약품과 특허의 문제 -재산권은 기본적 인권에 우선할 수 없다!

의약품과 특허의 문제 -
재산권은 기본적 인권에 우선할 수 없다!

                        정혜주 (민중의료연합 공공의약팀)

숨고르기 - 글리벡과 AIDS약물

어제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에 찾아왔던 한 기자와 이야기를 하던 중에, 최근 브라질
정부의 비라셉트 강제실시(특허권자의 승인 없이 정부 등의 승인으로 특허권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 결정과 우리나라의 글리벡 논란의 같은 점과 다른 점에 대한 대화를 잠깐
나눌 수 있었다. 일반적인 생각들과 달리, 글리벡 문제는 비라셉트 강제실시 문제, 혹은
국제적인 AIDS문제와 정확히 동일하다. 차이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자 하는 두 나라
정부의 자세에 있을 뿐이다. 

글리벡의 핵심적인 문제는 '당연하게도' 의약품의 특허이다. 지금의 글리벡 싸움은
특허와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특허가 문제의 '본질'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질문을 던져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글리벡을 생산하는 회사가 또 있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이 과연 필요할까?" 

세상에 글리벡을 생산하는 회사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11,000원이니 17,000원이니
25,000원이니 하는 논쟁을 몇 달 동안이나 할 수 밖에 없고, 그러는 사이에
백혈병환자들은 이미 존재하는 약을 써보지도 못한 채 안타까이 숨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AIDS: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지구적 재앙

스와질랜드라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나라의 전체 인구는 고작 90만명, 이들 중 25%는
AIDS/HIV 감염자이다. 이 나라는 지금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중인 것이다. 
짐바브웨에서 작년에는 AIDS환자들의 시체들을 처리하기 위해 하라레시(市) 공동묘지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24시간으로 연장했고, 올해는 드디어 시체를 묻을 곳이 모자라는
상황에 처하여 '다음 가족을 그 위에 묻을 수 있도록 먼저 묻는 사람을 충분히 깊게 묻어
달라'는 시의회의 요구가 있었다. 

AIDS는 처음에는 게이남성, 성노동자, 마약주사자 등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서서히
퍼져나가다가,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바이러스의 해일로 돌변하여 경제활동인구를
'몰살'하고, 그 나라를 고아와 노인만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만들어버린다. 

죽음은 남반구에, 약물은 북반구에

문제는 20년 이상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AIDS약물(항레트로바이러스제)들을 이 사하라
남부 지역의 AIDS환자들은 복용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이유는,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거대 제약회사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들을 1년 동안 복용하는 데 드는
비용만도 이 최빈국(最貧國)들 평균 1인당 GNP의 10배이다. AIDS에 의한 합병증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합치면 이 액수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한다. 

AIDS약물의 유무는 예방의 가능성까지 결정한다. 약이 없어서 어차피 죽어야한다면
사람들은 차라리 모르고 죽는 편을 택한다. AIDS검사를 받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AIDS에 의한 사망의 세계적 분포는 다음과 같다.: 전체 사망자 300만명 중
240만명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거주, 북미 지역 사망자는 2만명인데 대부분 유색인종 등
사회적/경제적 소수자.

특허에 의한 살인

약물이 이렇게 비싼 이유는 특허 때문이다. 특허는 독점시장을 형성해줌으로써
제약회사가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북미, 유럽, 일본 시장을 합친 것이
전세계 의약품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전체 아프리카가 1.5%밖에 차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약산업의 우선순위는 이미 정해졌다: 북반구에 대해서는 높은 가격을,
나머지에게는 죽음을. 
그리고 이 특허체제에 기반하여 상위 50위까지의 제약회사가 전세계 의약품 시장의 90%를
독식하는 엄청난 독점이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독점이윤은? 특허기간이 '하루'
연장될 때마다 평균 3억원 이상의 이윤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2001년 상반기, 인도의 일반약 회사인 Cipla는 거대 제약회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연간 15,000달러가 필요한 AIDS약물을 l/43인 350달러에 제공하겠다고
함으로써 약물의 '진짜'가격을 가리고 있던 커튼을 열어 제꼈다.

9월 19일, 건강권과 재산권에 대한 역사적인 토론이 예정되어있다.

지난 6월 20일, 원래는 2005-2006년으로 되어 있는 TRIPs(무역관련지적재산권) 협정에
대한 각 회원국의 이행 정도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TRIPs
Council에서, 건강권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석 달에 한번씩 열리기로
되어 있는 TRIPs Council의 4월 회의에서 아프리카 회원국의 전원발의를 통해 다음
회의에서 최빈국 민중의 건강권과 이를 침해하는 지적재산권에 대해 논의하자는 결정이
이루어졌고, 6월 20일 하루 종일 47개국 대표들의 연설과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논의에서 지적재산의 권리가 민중의 건강권과 생존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대해
'미국만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동의했다.

9월 19일에 있을 다음 TRIPs Council에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지적재산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대한 토론이 다시 한번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 회의에서 작성될
초안은 11월 카타르의 각료회의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특허법은 각국의 상황에 맞게
만들어질 수 있어야 하며, 필수의약품에 대한 특허를 보장할지 말지도 각국의 상황에
맞게 결정되어야 한다. TRIPs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장하고 있는 안전장치를 각국이
발동하는 데 있어서 미국이나 WTO의 압력이 존재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TRIPs 협정
전체는 재산의 권리가 아니라 건강과 생존과 인간의 권리를 중심으로 읽혀지고
적용되어야 한다.

'모든' 나라를 위한 의약품, '모든' 환자를 위한 의약품

의약품은, 질병의 치료를 위해 개발되는 것이며, 질병의 치료를 위해 사용될 때여야만
존재가치를 갖는다. 환자가 경제적 장벽 때문에 '생산가능한' 의약품을 복용하지
못한다면, 그 의약품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의약품의 2대 조건을 일반적으로 효과와
안전성이라고 하는데, 제 아무리 뛰어난 약이라도 사먹을 수 없다면 '안전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어느 나라나, 그 나라의 어느 환자라도 건강에 대한 권리가 기본적 인권의 하나이듯이
의약품에 대한 접근의 권리도 기본적 인권의 하나임을 인정받아야 하며, 경제적 장벽이나
인종, 계급, 성별, 그 어느 것에 의해서도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이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더군다나 이것이 '지적재산'의 권리 때문인 것이라면, 이를 재구성해야만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9월 19일에 이루어질 논의는 '역사적'이고 '중요'한 것이며, 이 논의에
대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 6월 20일 회의에서 바티칸이 발표한 연설문을 일부 인용하면서 끝을 맺고자 한다.:
"기근과 질병, 그리고 빈곤에 대한 싸움에 있어 필수적인 것들에 이윤의 법칙만을 적용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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