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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28
글쓴날 : 2002-01-15 13:09:19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338
제목: [뉴스메이커1.15]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윤이 우선인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가 우선인가'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윤이 우선인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가 우선인가' 

 그동안 논란이 계속돼 왔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논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제까지 글리벡 논쟁은 투약범위, 보험적용여부, 약가를 둘러싸고
벌어졌지만, 이제 특허권을 가진 다국적 제약회사의 독점가격에 대한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지난 1월 8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등 6개 시민단체는 '글리벡, 생명을 위한 약인가,
이윤을 위한 약인가'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노바티스가
글리벡의 약값을 지나치게 높게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특허를 이용한 횡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바티스의 배경은 마케팅 과장은 "약가는 동물실험, 임상실험등
그동안의 연구개발비를 포함한 액수"라며 "시민단체의 주장은 지적 재산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반박했다.

 글리벡은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사에서 개발해 2001년 5월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인터페론 치료와 골수이식
수술에 의존해오던 백혈병 환자들에게는 기적의 신약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말기 환자들에게 개발 중인 신약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동정적 요법'(EAP)의 첫
사례가 된 약이다.

 만성골수성 백혈병은 10만명당 한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성 난치병으로 우리나라에 약
500명의 환자가 있다. 이 병은 만성기, 가속기, 급성기로 진행되며 골수이식으로
발병자의 25%만이 생존하고 나머지 75%의 환자들은 생명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에 사는 서른 두 살의 권미정 씨. 백혈병 환자인 권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이 약을
복용, 지금은 암세포가 전혀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인터페론 치료도
효과가 없었고, 골수이식을 하려 해도 유전자가 같은 사람이 없어 절망상태에 빠졌던
권씨는 글리벡으로 생명을 되찾았다. 그러나 문제는 지나치게 비싼 약가. 권미정씨가
한달에 약값으로 지불한 돈은 3백50만원 정도. 여기에 병원비나 진찰료 등을 포함하면
4백만원이 훌쩍 넘는다. 지금은 노바티스측이 한시적으로 약을 무상으로 공급해 그럭저럭
넘기고 있지만, 이 기간이 끝나면 권씨는 투약을 포기하고 어쩌면 생명을 포기해야할지
모른다.  

 글리벡의 약가는 현재 복지부의 고시가와 노바티스의 제시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태다. 노바티스는 전세계 동일가 정책을 내세우며, 국내 가격으로 캡슐당 2만5천5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2001년 11월 1만7천863원으로 강제 고시하자 노바티스는 이에
불복해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환자들의 거센 항의로 현재는 노바티스가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무상공급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노바티스가 무상공급을 하고 있는 이유는
복지부와의 약가조정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지적도 있다. 

 글리벡이 논란에 휩싸이게된 데는 정부의 정책적 혼란도 한 몫 했다. 당초 모든 백혈병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약으로 허가했다가 2001년 11월 이를 번복, 만성기 환자중
인터페론 치료 불응자와 가속기, 급성기 환자에게만 허용한 것이다. FDA의 임상실험이
이들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보험도 이 환자들에게만 적용됐다. 

 이런 조치가 취해지자 환자들은 모든 백혈병 환자에게 투약을 허용하고, 보험적용도
확대할 것, 본인부담율을 낮출 것 등을 요구했다. 99년 4월 발병해 골수이식 수술을 받은
만성기 환자 강주성 씨(40)는 "만성기 환자가 전체 환자의 80%가 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허용을 제한한 것은 병이 악화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환자공대위에서는 보험적용제외 조치에 대해 1월말경 이의신청 및 행정소송을 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2001년 11월 모든 환자에게 허용됐고, 미국에서도 임상결과가
나오는 대로 모든 환자에게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보험적용이 되더라도 월 40만원(입원환자)에서 60만원(외래환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약가 자체가 인하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라는 게
환자와 시민단체의 입장이다. 외국의 경우, 환자부담금 없이 100% 보험 급여 혜택을 주고
있다. 제약사인 노바티스는 보험적용 확대와 '만성골수성백혈병 재단'을 설립,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환급해주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약가 자체를 인하할 계획은 없다.
노바티스는 전세계 동일약가 정책을 내세우며, 선진7개국의 경우 우리나라에 제시한
2만5천원보다 비싼 금액임을 강조하고 있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주장 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약가 원가계산과 글리벡에 대한 강제
실시여부. 약사인 정혜주씨는 글리벡의 특허자료 등을 근거로 계산한 결과 글리벡 한알의
생산원가는 845원으로, 노바티스가 제시한 가격의 30분의 1이라고 밝혔다. 글리벡의 높은
약가는 결국 특허권에 따른 독점가격 때문에 발생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공대위의 주장은
한마디로 의약품의 특허권을 제한하여 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권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TRIPS)은 통상 특허권자에게 20년간의 독점 권한을 준다. 이
때문에 제약회사들은 원가의 수십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약을 판매한다. 여기에는 오랜
연구기간과 연구개발비 등이 포함돼 이같은 조치는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공대위의
이성미 간사(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회원)는 "지난해 11월 WTO각료회의에서
'TRIPS'협정과 공중보건의료 선언'이 채택되었는데 이는 지적재산권 협정이 각국의
공중보건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할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며,
"재산권이 인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이같은 선언은 글리벡 문제에도 연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의 권리를 위해 공대위에서 제안한 방안은 '강제 실시'. 이 조치는 특허권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회사가 같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브라질 보건성이 넬피나비르라는 약에 대해 강제실시권을 발표하지 이 약의 특허권자였던
호프만-라 로슈사는 가격을 40% 인하한 바 있다. 공대위의 이성미 간사는 "글리벡은
국내업체가 생산할 경우, 4개월 안에 공급할 수 있다"며 "의료단체와 환자들과 함께
강제실시 청원운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바티스의 배경은 과장은  "본사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을 알고 있다"며 "무역보복 등 국제문제로 비화할 것이고, 국내 제약사도
문제가 될 것"이라 우려했다. 

 글리벡 논쟁은 복지부, 다국적 제약사와 환자 사이의 일만은 아니다. 병원과 의사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다. 글리벡의 출현으로 그동안 골수이식으로 돈을 벌어온 병원업계와
의사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현재의 논란은 의료의 공공성과 사기업의 이윤 중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의약품의 존재이유는 환자를 병의 고통과 죽음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급성기백혈병 환자 지만규 씨(40)는 이렇게 말한다. "글리벡이 없었으면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상공급이 되니 겨우 복용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누워서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할 것이다."

김재환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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